2024.07.07 09:00 윤두영 글로벌 기업연구소장 michel@fortunekorea.co.kr
정부 발표를 근간으로 가능한 수익 창출 규모를 추정해 본다.
포항 영일만 해저 석유·가스전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시추 비용을 낭비할 수 없다는 측과 매장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솔직히 가능성을 판단할 능력은 안 된다. 하지만 도대체 얼마나 벌 수 있는지 궁금하긴 하다. 정부 발표를 근간으로 가능한 수익 창출 규모를 추정해 본다.
유가 변동으로 수익성 ‘들쭉날쭉’
동해 영일만 석유 시추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 일단 야당이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하는 듯하다. 야권은 지난 6월 9일 미국 심해 기술평가 전문기업 ‘액트지오’(Act-Geo)에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 분석을 맡긴 배경 등을 놓고 계속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시추 비용도 5천억 원이 아니라 그보다 2배 이상 높은 1조2천억 원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또한 “지진 안전 보장이 없다.”는 이유로 석유 시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리고 일부 기사에선 생각보다 큰돈이 안 된다는 내용도 전하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영일만 유전의 전체 매장량 중에서 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3/4이고 석유는 1/4이라고 한다. 총매장량은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 규모로 추정된다. 매장 예상 가스량은 최소 3억2000만 톤에서 최대 12억9000만 톤, 석유량은 7억8000만~42억2000만 배럴이라고 한다. 이는 국내 사용량 기준으로 최대 천연가스 29년 치, 석유는 4년 치에 달한다.
그리고 산업부는 “매장 가치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약 452조 원)의 5배에 달하며, 2022년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인 2162조 원과 맞먹는 규모다.”고 전했다. 다만 “부존량과 소요 비용, 판매 가격 등을 고려해야 해 수익률은 그 뒤에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추 비용은 정부의 재정과 석유 공사의 해외투자 수익금, 해외의 메이저 기업의 투자유치를 통해 조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여러 숫자가 나열되어 있지만 산만한 느낌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수익 추정이 안 되고 있다. 이를 좌우하는 요소로는 유가와 가스 가격 수준, 그리고 생산의 한계 비용 등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정부가 추정한 2162조 원은 최근 2년간 평균 수입 가격대인 천연가스 톤당 1000달러, 원유 배럴당 80달러 수준을 기준으로 평가한 값으로 보인다.
최근 2~3년 천연가스 가격은 원유보다 변동 폭이 컸다. 천연가스 평균 수입단가는 톤당 2020년 393달러, 2021년 554달러, 2022년 1,078달러였다. 수입량은 2020년 3,998만 톤, 2021년 4,590만 톤, 2022년 4,630만 톤이다. 만약 2021년 톤당 수입 가격인 554달러를 반영한다면 정부 추정 수입 규모인 2162조 원에서 700조 원 정도가 줄어든 1500조 원으로 평가된다. 가격 변동이 매우 심한 편임을 염두에 두고 추정치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배럴당 생산비용 영국 40달러 넘어, 사우디는 9달러
석유 배럴당 생산비용은 매우 다양하다. 국영 사우디 아람코와 같은 일부 생산업체의 경우, 배럴당 비용은 추출 난이도가 낮고, 지주에게 별도 로열티를 지불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약 7~8달러로 추정된다. 미국은 상황이 다르다. 원유를 추출하기가 훨씬 더 어렵고, 토지 소유주에 대한 로열티 지급도 해야 한다. 시추 및 생산 비용은 셰일 석유(fracking oil)의 경우 배럴당 비용이 60달러 이상 치솟는다.
원가가 8달러인 사우디의 경우 유가가 40달러에서 80달러에 이르는 상황에서 400%에서 900%의 이윤을 남긴다. 영일만의 경우 대지 사용료가 발생하지는 않지만, 추출 난이도와 초기 비용 규모, 그리고 경상비용 등을 감안하면 사우디아라비아보다는 분명 생산비용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2018년 6월 말 기준 배럴당 생산 한계비용이 사우디 8.98달러, 해저 유전인 영국 44.33달러, 캐나다 26.24달러였다. 영국은 북해 브랜드 지역에 9개 유전에서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도 해저 유전으로서 참고가 될 만하다.
또한, 해저 유전의 경우 채굴이 종료된 후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석유 생산 시설 해체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영국 정부는 석유 생산을 멈춘 퇴역 장비 등을 철거하고 청소하기 위해서는 600억 파운드(약 100조 원) 이상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한다. 영일만 유전은 영국의 북해 유전보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해체 비용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으나 부채성 충당금 형태로 전체 비용에는 포함되어야 한다. 영국 정부는 석유회사 이익의 100%를 세금으로 부과해 정부 세수를 확보하고 있다.
비용 측면이 아니라 유가 변동에 따른 수익성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예를 들면, 2021년 배럴당 65달러의 비용이 드는 프래킹(fracking) 공법에 의존하는 셰일 석유 회사의 경우 유가가 60달러 중반 이하일 때는 손해를 보고, 70달러일 때는 7%, 85달러일 때는 2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2021년 유가가 배럴당 평균 71달러였을 경우 엑손 모빌(Exxon Mobile Corp.)을 포함한 세계 5대 정유회사들은 약 790억 달러(한화 약 138조 원) 규모의 이익을 냈으나, 배럴당 42달러였던 2020년에는 약 32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연수익 30조 원 넘지 않을 듯
한편, 석유나 가스는 매장량이 많다고 마구 퍼내는 것이 아니다. 나라마다 재정 상태와 총생산 비용 규모에 따라 생산량이 천차만별이다. 생산의 기준이 되는 추상적 가격을 ‘재정균형유가(Fiscal breakeven oil prices)’라고 하며 이는 각 산유국의 재정이 적자가 나지 않는 수준의 유가를 의미한다. 시장 가격이 재정균형 유가 이상의 수준을 유지하는 기간에는 산유국들이 잉여 오일 머니(oil money)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원유가격이 낮아지고, 재정균형유가 이하로 하락한다면 산유국들의 재정은 큰 어려움에 부닥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OPEC 등 산유국은 감산 등을 통해 공급을 조절한다.
하지만 아무리 에너지를 많이 생산해도 미국을 산유국이라 부르지 않는다. ‘산유국(産油國)’은 OPEC 회원국들처럼 원유 생산이 국부 창출 즉 GDP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를 말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UAE, 쿠웨이트 등이 대표적 산유국이다. 이 국가들의 GDP 대비 원유 수출의 비중은 크게는 40%에 육박한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를 넘어섰지만 동시에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인 탓에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원유 수출 기여도가 미미해 협의적인 개념의 산유국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은 OPEC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에너지기구 IEA 설립을 주도한 대표적인 에너지 소비국으로 꼽힌다. 따라서 한국도 영일만에서 석유나 가스가 생산돼도 산유국으로 분류되지 않을 것이다.
비용을 제외한 국가별 석유 판매로 생긴 수익 규모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에 대한 의존도를 알 수 있다. 그리고 향후 한국도 재정 상태를 감안한 연 적정 생산 규모를 확정해야만 보다 정확한 에너지 수입대체 효과를 추정할 수 있다. 미국 경제 전문 데이터 생산 사이트인 ‘글로벌 이코노미 닷컴(the GlobalEconomy.com)’ 데이터에 의하면 2021년 말 기준 미국의 순 석유 및 가스 수입(모든 비용 제외)은 전체 GDP의 각각 0.61%와 0.36%, 그리고 캐나다는 2.89%, 0.79%를 차지했다.
미국과 한국은 GDP 규모가 너무 차이가 커서 직접 비교가 어렵지만, 캐나다는 가능해 보인다. 캐나다의 2021년 GDP는 한국의 1.1배인 2조15억 달러이며, 석유와 가스 생산으로 인한 연 순수입은 GDP의 3.68%인 73억6000만(한화 약 95조 원) 달러에 달했다. 캐나다는 2020년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총매장량(1703억 배럴)과 생산량이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생산량은 사우디의 약 53%에 달한다.
영일만 최대 추정 매장량 140억 배럴은 캐나다 매장량의 1/12 수준이다. 연 순수익을 대략 캐나다의 20% 정도라고 가정하면 약 20조 원 수준이다. 영국은 석유와 가스 생산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순수입이 같은 해 기준 GDP의 0.59%(한화 약 24조 원)이며 브라질은 2.67%(한화 약 57조 원)이다. 영국은 우리와 같은 해저 유전이 대부분이다.
이들 산유국의 GDP 대비 순수익 규모를 근간으로 대략 파악해 본 영일만 유전의 연 순수익 규모는 약 20~30조 원(2023년 기준 GDP의 0.95~1.34%) 정도로 판단된다. 물론 수입대체 효과와 정유산업과 같은 유관 산업으로의 파급 효과를 감안하면 국가 총수익 규모는 분명 이보다 클 것이다.
25조 원이라 가정하면 2024년 정부 예산안 기준 정부 총수입 612.2조 원의 4%가 넘는 금액이며 국방예산의 42%, 보건복지부 예산의 20%를 넘는다. 그리고 과거부터 이어져 온 정부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지난해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인 87조 원을 메꾸려면 석유와 가스를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 하지만 그만큼 매장량은 빨리 줄어든다.
/ 포춘코리아 윤두영 miche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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