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 [단독] 아브레우 “유전 가능성은 국가 경사인데, 한국처럼 논쟁 뜨거운 건 처음”

영일만 석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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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희 기자 강다은 기자 조재현 기자

유전 분석한 아브레우 단독 인터뷰
“외부 전문가도 매장 가능성 인정, 시추 않는 건 말 안돼”

“지난 1년간 세계적인 전문가인 팀원들과 동해 심해에 관한 12테라바이트(TB)에 달하는 자료를 분
석했습니다. 포인트마다 ‘피어 리뷰’(Peerreview)를 한 뒤에도 불안해서 외부 전문가들에 의뢰해
피곤할 정도로 꼼꼼하게 들여다봤습니다. 그들은 ‘저류암 분석에 동의, 근원암 굉장히 양호, 트랩 양
호, 덮개암 양호’라고 합니다. 이런 해석을 듣고도 시추 안 한다면 그건 말이 안 됩니다”.

7일 오후 미국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본지 인터뷰를 하는 도중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아브레우 고문은 액트지오와 동해 심해 가스전에 대한 질문에 때때로 “좋은
질문입니다(That’s a good question.)”라고 말하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브레우
고문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약 2시간 동안 공식 기자회견을 가진 뒤 서울로
올라와 본지와 따로 만났다./장련성 기자

 

7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콘퍼런스룸에서 본지와 만난 비토르 아브레우 액트지오(ACT-GEO) 고문
은 이렇게 말했다. 그가 속한 액트지오가 최근 동해 영일만에 대규모 석유·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
을 내놓으면서 아브레우 고문은 며칠 사이 한국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 됐다. 지난 4일 인천공항 입
국할 때,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5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선 그에게 집중된 질문은 상당 부분 ‘의구심’이었다. “소규모 업체가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를 맡는 게 일반적이냐”는 자질 논란이 불거졌고, “제대로 검증했냐”는 유의 질문이 수차례 나왔다. 기자 회견 후 서울로 올라와 본지와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이제는 시추를 해야 할 시간”이라며 “충분히 검증했고, 남은 불확실성을 해결할 방법은 오직 시추뿐”이라고 했다.

아래는 아브레우 고문과의 일문일답.

-분석과 검증 과정을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석유공사로부터 지난해 2월 12테라바이트(TB)에 달하는 자료를 받았다. 2~3시간짜리 영화 3000편이 넘는 분량이다. 분석 결과를 금세기 최대 규모 광구라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 분석치와 비교해보니, 영일만이 여러 가지 면에서 장점이 있었다. 먼저 탄성파 데이터의 품질이 뛰어났다. 가이아나 광구 데이터가 1950년대 흑백TV라면, 영일만 데이터는 최신 고화질TV 같았다. 그간 데이터 추출 기술도 발달했고, 데이터 양도 많았기 때문이다. 또 기존에 주작, 방어, 홍게 구조에 시추공이 3개가 있었다는 점도 분석 결과의 신뢰성을 높였다. 이 시추공을 통해 석유 매장의 필수 조건을 해저에서 확인했고, 관련 리스크를 줄였다.”

-시추 성공률 20%는 어떻게 산출된 것인가.

“저류암, 근원암, 덮개암, 트랩 등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네 가지 조건의 확률을 모두 곱했을 때 나오는 게 시추 성공률이다. 예를 들어 네 가지가 있을 확률이 각 50%일 경우, 자원이 있을 전체 확률은 6%다. 영일만의 20% 확률이 나오기 위해선 네 가지 조건이 있을 확률이 모두 70%수준이란 뜻이다. 아주 높은 수치다.”

-‘80%의 실패 확률’이라는 부정적 여론도 많다.

“여전히 80%의 실패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 성공 확률이면 시추는 당연히 해봐야 한다. 한국의 경우 심지어 공기업인 석유공사가 석유 사업도 하고 있지 않는가. 새로운 자원 확보를 위해 시추해야 하고, 혹시 실패하더라도 시추 가능한 유망 구조를 찾는 사업도 계속해서 벌여야 한다. 이건 국민한테도 좋은 일이다.”

-액트지오는 우루과이, 볼리비아 등에서 비슷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다른 나라에선 어떤 반응이 나오나.

“매장량이나 실패 가능성에 대한 논란은 당연히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해서 이 정도 성공률이 나오면 대부분 ‘나라에 좋은 일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긍정적인 일’이라는 기대감을 갖는 분위기다. 한국처럼 이렇게 뜨거운 논쟁이 일어나는 것은 처음 본다.”

-시추공 하나를 뚫는데 1000억원이 든다. 세금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이아나 광구에서 가장 매장량이 많았던 ‘리자’ 유망 구조에선 첫 시추공에서 자원이 발견됐다. 그리고 첫 시추공에서 자원이 발견되는 것도 드문 일은 아니다. 가이아나 프로젝트 당시 첫 시추탐사를 할 지역을 내가 속한 팀에서 결정했었다. 그러나 단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가이아나 광구의 두 번째 시추공은 건공(Dry hole)이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시추공의 순서가 뒤바뀌었을 수도 있다. 첫 시추에서 자원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나쁜 소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참고로 이번 영일만의 첫 시추공 위치도 우리가 정할 것이다.”

-매장량 추정치가 35억~140억 배럴로 범위가 크다.

“140억 배럴은 암석 내 자원이 가득 찼을 때를, 35억 배럴은 석유가 제대로 가둬지지 않았을 때를 추정한 수치다. 불확실성이 커서 어쩔 수 없다. ‘가이아나 프로젝트’ 때도 매장량을 평가할 때 90% 확률로 분석 시 10억배럴, 10% 확률로 계산하면 40억~50억 배럴로 추산했다. 영일만도 아직 유정(油井) 안에 탄화수소가 누적돼 있는지 파악되지 않았고, 암반 품질에 따라 추정 매장량이 충분히 바뀔 수 있다.”

-앞으로 액트지오는 무슨 일을 하나.

“영일만 인근 심해에서 도출한 7개의 유망 구조 중에서 어디에서 먼저 시추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첫 번째 시추에서 리스크를 줄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해서 석유공사 등과 계속해서 협의하면서 최적의 시추 위치를 찾고 있다.”

-호주 업체 ‘우드사이드’는 이 프로젝트에서 철수했다. 성공 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은 아닌가.

“먼저, 우리는 우드사이드보다 더 좋고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또 우드사이드는 공교롭게도 호주 최대 석유개발기업 BHP가 우드사이드를 인수한 지 한 달밖에 안 지난 시점에 철수했다. 우드사이드는 당시 미얀마 등 전 세계의 다른 사업에서도 동시 철수했다. 대개 인수합병, 시추 프로젝트 같은 대형 사업을 앞두면 소규모 사업에서 손을 떼는 ‘선택과 집중’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미국 석유기업 헤스(Hess)도 가이아나 유전 프로젝트에 집중하기 위해 보유 자산을 상당수를 매각했다. 기업 입장에선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자금 확보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결정이다.”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맡기에 액트지오가 너무 영세하다는 의문이 계속 나온다.

“석유 탐사에서 광구 매입, 조광권 확보 같은 작업엔 비용이 많이 든다. 탄성파를 검사하는 데에도 1회에 수십만달러가 든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일은 그다음 단계에서 데이터를 해석하는 일이다. 그 뒷일은 시추 업체가 할 것이다. 우리 팀엔 엑손모빌, 임피리얼 오일 같은 글로벌 석유회사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르네 용크 박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있다. 또 층서학, 탄성파 해석 같은 더 많은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선 그때그때 단발성으로 전문가들을 투입해 함께 일했다.”

출처: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4/06/08/DXSQDOFNYVEU7KEMU4LS7K2S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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